아침.
어김없이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시원한 물한잔 마시고 나면 어김없이 커피를 한잔 타고 담배를 입에 문다.
흡연경력 10년에 커피까지 추가 되었다.
아마도 아침에 마시는 모닝커피와 담배 한개피가 가져다 주는 각성의 효과를 아는 사람은 그 짧은 행복감도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거르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로 일상이 되어간다.
유전적 문제이던가, 힘겨운 군대생활을 할때에도 피우지 않았던 담배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핑계로 시작하고나니 금새 골초가 되어 버린다. 한때에는 하루에 두갑이상을 피웠으니 누가 브레이크를 걸수 있으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판기 커피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직장 동료들과 짧은 시간에 수다 떨면서 마시는 자판기 커피의 달달한 맛은 집에서만큼은 원두커피를 마시던 나의 커피 취향까지 바꾸어 버렸다.
언제 부턴가 커피믹스 100개 들이를 사서 집으로 가는 것이 익숙해 졌다.
이렇게 해서 아침에 눈뜨자 마자 시작된 커피와 담배의 콤비네이션이 탄생했고, 잠에서 깨어난 나에게 카페인과 니코틴을 보충해 주면서 하루 일과는 시작되었다. 적어도 그시간만큼은 행복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는 말이다.
큰 병 하나 없이 성실하게 자라온 나에게 병원은 경고장을 보냈다.
의사는 쪽집게 처럼 내 몸의 문제가 커피와 담배라는 것을 말해 주었고,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 섭취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 주었다. 큰 질병은 없지만 내 몸이 좋지 않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경고와 함께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발생할수 있는 16가지의 질병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더불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몸의 변화까지 기억하게 하면서 그러한 변화들이 몰고 올수 있는 12개의 추가 질병에 대하여 부가 설명을 해주었다. 결론은 내가 28가지 이상의 질병징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경우 머지 않은 시간에 불치병이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의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도대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충치와 미각상실
그렇다. 가지런하지 못한 나의 치아상태는 둘째 치더라도 카페인과 니코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치아는 변색과 함께 잇몸 깊숙히 자리잡은 치석으로 인해서 훨씬 빠른 시간안에 틀니를 알아봐야 하는 사태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혀에 깊숙히 자리잡은 커피와 담배의 콤비네이션 효과는 미각을 단계적으로 마비시켜서 식욕부진을 가져왔던 것이다. 부식비는 줄었지만 치과에 가는 일은 더 많아 졌다.
위장장애와 복부팽만
흡연이 위장에 좋지 못하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커피믹스 같은 인스턴트커피를 많이 마실경우 위장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이것은 윗배를 더부룩 하게 만들고 식욕과 소화불량을 일으킨다고 한다. 거울앞에서 바라본 내 윗배가 심상치 않게 나와 있다.
수면장애와 두통
계속 느끼고 있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사실 잠을 잘때에도 길게 자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커피를 마셔도 잠은 잘 자는 체질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는데, 정작 자고 나도 머리가 맑지 못하고 푹잤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고 난뒤의 아침에는 만성 두통에 시달렸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팔다리 저림과 가슴 두근거림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지 팔다리가 쉽게 저린다. 밤늦게 책이라도 보려고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언제 부턴가 다리가 저리기 시작한다. 머리에 산소가 공급이 안되어서 그런지 가끔 두통이 있다. 그리고 커피와 담배를 맛있게 많이 마신 뒤에는 부정기적으로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당신에게선 X내음이 나네요
언제부턴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함꼐 술마시는걸 꺼린다. 직설적인 말도 많이 들은것 같다.
커피와 담배 컴비네이션을 한 이후 사무실안으로 들어가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이러한 상황을 "군대에서 정화조 청소할때 느끼는 냄새" 라는 표현을 썼었다.
금연에 대한 이야기들은 참 많이 나오지만 나같은 흡연자는 한귀로 듣는게 사실이다.
어떠한 좋은 정보가 있어도 흡연을 해야겠다는 내 의지앞에서는 무력화 된다.
하지만 내가 담배와 커피의 달콤함에 젖어 있을때, 서서히 내 몸이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내 몸이 28가지의 질병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사실은 어떤 병에 걸렸을 때 받는 충격보다 훨씬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담배는 끊지 못해도 2/3 이상을 줄였고, 커피믹스는 끊었다. 가끔 블랙커피를 한잔정도 마신다.
그렇게 생활한지 한달이 조금 넘었다.
지금까지 똥고집으로 살아온 내 인생을 돌이켜 볼때 이건 대단한 발전이다.
담배와 커피를 줄이고 몸에 나타난 변화를 말하라면 별로 자신있게 말할것이 없다.
다만 내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것. 윗배가 뽈록 튀어나오는것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것. 밥맛이 조금 좋아졌다는 것, 뭐 이것밖엔 없다.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면 차가운 물한잔 마시고 창문을 열고 환기 부터 시킨다.
선천적으로 게을러서 운동은 못해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잠을 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상한건.
커피+담배가 주는 달콤함도 좋았지만 아침에 마시는 맑은 공기도 무척 달콤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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