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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내가 사랑한 책들 - 법정 스님

by G_Gatsby 2010. 6. 7.

언제 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법정 스님의 책은 늘 곁에 있었다.
때로는 산문집이 있었고, 때로는 법문집이 있었다. 스님이 입적 하실때쯤 나온 '법정 스님의 내가사랑한 책들'을 보면서 또 한번 스님이 떠난 구도의 길을 생각해 본다.

얼마전 아는 지인에게 법정스님무소유를 선물했다가 단번에 거절당했다. 어렵게 구한 문고판을 선물했던 것인데 중이 쓴 책은 보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며 고개를 저었다. 종교적인 책이 아니니 시간 날때 보시라고 재차 권했지만 오히려 꾸지람만 들었다. 서운하다는게 이런 감정인가 싶었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에는 스님이 평소에 즐겨 보았던 책에 관한 내용이다. 스님이 직접 쓰진 않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구절들은 스님이 쓰신 책 여기저기에 인용이 되어 있다. 스님이 구도의 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사색했던 책들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책도 있었다.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었지만 책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과 자연 이다. 인간이 사는 삶에 있어 결코 빠질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지만, 소중함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스님은 이러한 책들을 읽으며 구도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인간은 정신적 경험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정신적 경험은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이러한 정신적 경험으로 만들어진 여러 생각들이 현재의 나를 만든다고 한다.

어릴적 부터 읽어온 여러 책들이 씨를 뿌리게 되고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사색이 사람을 지혜롭게 만드는 열매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구도의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찾아 행복하라고 말씀하시던 스님의 말씀이 이해가 된다.

무소유의 삶도, 인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스님의 말씀도, 자연에 오만한 인간에 대한 질타도 이러한 책들을 통해서 만들어진것 같다.

인간의 오만함은 책을 통해서 만든 알량한 지식으로 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점점 더 좋은 기억력을 가지게 되고 더 좋은 분석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논리가 자연의 법칙 보다 위에 서게 되고, 과학이 만든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것들은 인간의 오만함에 불과하다. 인간은 결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수 없으며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도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수 없다.

스님이 말하는 구도의 길은 지식이 아닌 지혜의 길이었다.
지혜로움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법칙속에서 순응하며 인간이 느낄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이다. 인간의 우열과 서열을 가리는 인간의 법칙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속에서 살아 숨쉬는 자연의 법칙이다. 어쩌면 지식의 늪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사색을 행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지도 모른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에는 이러한 인간의 도리에 대한 다양한 답변들이 존재한다. 소로우월든이 등장하고 장지글러의 책이 등장하며 달라이 라마녹색평론이 등장한다. 다양한 사색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지혜로움을 한 구도자의 삶에 놓여진 책을 통해서 느낄수 있다.

내가 사랑한 책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문학의숲 편집부 (문학의숲,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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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육체노동을 마치고 차가운 물에 몸을 식혀본다. 
땀흘린 노동이 행복이 될수 있다는 것도, 사색의 시간이 아름다워 지는 것도, 점차 줄어드는 은행잔고를 보면서도 고민하지 않는것도 바로 이러한 책을 통해서 얻은 여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더운 여름이 온다. 한낮의 나른한 사색과 함께 어쩌면 이 책이 편안한 구도의 길을 안내해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