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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토리7

여백의 노래 비가 오고 난뒤에 느껴지는 쌀쌀함에 몸을 움추립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어야 했는데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쳤습니다. 마치 장마철 날씨처럼 매섭게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가 참 좋을때도 있습니다. 건조했던 날씨가 풀리고,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 풍경 비가와서 흐려지는 창문너머로 이정표가 보이고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걷습니다. 교복 바지를 둥둥 말아올리고 걷는 학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서둘러 택시를 타는 아저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고 다니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입니다. 비가와도 풍경은 멈추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펴서 아름답게 빛나던 벚꽃나무 아래엔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에 뭉쳐진 꽃잎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꽃잎.. 2009. 4. 21.
늙은 아들의 소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다. 거리는 한적하고 산아래 나무들은 푸르러 간다. 심술맞던 꽃샘추위도 이제 물러가는것 같다.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팡이에 중절모. 쇠잔한 몸에서는 알수없는 꼿꼿한 고집이 풍겨온다. 소박하지만 보기 힘든 할아버지의 한복을 보면서 문득 몇해전 안타까운 기억이 되살아 났다. 봄은 희망을 이야기 하면서 찾아왔지만 기억은 쓸쓸한 감정을 더듬어 간다. # 시선 하나. 어둠속으로 관이 들어가고, 지켜보는자의 울음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아비를 잃은 늙은 아들은 아비의 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비를 잃은 늙은 딸은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울부짖는다. 찌는 듯한 더위에 눈물과 땀이 뒤섞이고 매미의 울음과 사람의 울부짖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멈추질 않는.. 2009. 3. 29.
너의 왼발이 되어줄께 아이를 만난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밤이 되면 광화문에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촛불은 활활 타올랐다. 사람들의 인파와 구호는 세상을 날려버릴것만 같았다. 명박산성이 등장하고, 그곳에 구리스가 아름답게 빛을 내던 날, 차가운 아스팔트위에서 아이를 처음 만났다. 인연 하나. 살다 보면 특별히 아는 것도 아닌데 유독 인상이 깊게 남거나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끈일수도 있고, 인간과 인간이 느끼는 설명하기 힘든 끌림일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우연히 아이와 마주쳤고, 아스팔트를 따라 걸으면서도 묘한 끌림은 지워지질 않았다. 그리고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는 이내 친해졌다. 아이는 왼쪽 다리를 약간 저는 젊은 청년이었다. 때가 묻은 모자와 낡은 스포츠가방을 매.. 2009.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