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시대동화25

흔들리는 시선 - 사랑한다 친구야 열심히 산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모두 다 되는것은 아닌것 같다. 흔들리는 세상에 하나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더라도 때로는 세상의 시선에 어우러져 자신의 시선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오늘 문득 걸려온 목소리는 담담하게 자신의 파산 소식을 전했다. 돌팔이 의사 이야기. 기억을 더듬어도 언제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땀흘리며 어울리던 또래들과는 달리 녀석은 늘 외토리 였다. 두꺼운 뿔테안경과 투박한 얼굴은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다가 비싼옷과 깔끔을 떠는 녀석의 행동을 보면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우리와는 달리 부잣집 외동아들 같은 분위기는 아직 순수했던 우리들에게도 뭔가 모를 이질감을 느끼게 했.. 2009. 2. 8.
바보 형과 길 잃은 강아지 아마도 오랜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살아온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간의 흔적은 언제나 그렇듯이 잡힐듯 말듯 모호하다. 그 기억은 때맞춰 내리는 겨울비속에 비추어진 풍경만큼이나 흐리고 아련하다. 슈퍼마켓집 외아들. 어릴적 동네 슈퍼마켓을 하던 아저씨의 집 외아들이 있었다. 꽤나 넉넉한 풍채의 아저씨는 늦게 얻은 아들을 끔찍히 사랑했다. 나 같은 꼬맹이들은 그 아들을 형이라고 불렀다. 몇살 터울이 나진 않지만, 형은 우리들과는 달라 보였다. 마치 부잣집 외동아들처럼 근엄하고 얌전하며, 성숙해 보였다. 아니 무언가 우리들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같이 보였다. 형의 눈빛은 다부지고 단호해 보였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웃분들은 그 형을 보며 총기가 넘친다고 했다. 까까머리를 하고 이제 막 중.. 2008. 12. 18.
부치지 못한 마지막 소포. 할아버지를 처음 만나게 된것은 5년전 이었다. 당시 한 모임에서 돈을 모아 독거노인들에게 틀니를 선물하는 행사가 있었다. 보살핌없이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뜻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서른을 넘긴 나이. 하나의 길만에 집중하며 걷던 나에게는 뭔가 다른 세상의 풍경이 필요했었다. 이제 조금은 나만의 세상에 익숙해져 간다는 자만심도 있었고, 조금 가진것을 자랑하기 바빳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진정한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와는 다른 또다른 풍경에 대한 호기심만이 더 컸던 시절이었다. 초여름이 찾아오던 어느날. 경기도 연천의 작은 마을에서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하나의 기억. 두평 남짓한 방에서 혼자 생활하는 할아버지는 키가 컸고 체격이 좋.. 2008. 11. 3.
회색빛 풍경, 또하나의 색깔을 찾다 두 딸을 둔 아버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7시 정각에 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기 위해 걷는 이 길은 지난 십수년동안 변한것이 별로 없다. 시간에 따라 눈에 익은 사람들이 바뀌었고, 계절에 따라 옷차림이 바뀔뿐, 내리막을 걷는 이곳의 풍경은 변함없이 회색빛이다. 감기몸살로 열이 40도까지 올랐을때에도 그는 쉬지 않고 이 길을 걸어 출근버스에 올랐었다. 지독한 가난속에서 살아야 했던 어린시절의 오기가 그에게는 사명감 이상의 어떤 것을 갖게 했다. 그는 듬직한 가장이 되어야 했고 믿음직한 회사직원이 되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는 법을 배워야 했다. " 회색빛 풍경을 그리다 " 유난히 마음씨 착한 첫 아이가 12월 이면 시집을 간다. 사위가 될 사람은 안정된 직장도 있었고 모아놓은 돈.. 2008.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