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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동화25

짠돌이와 6만원 2천원 함께 일하는 직원중에 짠돌이가 한명 있다. 구두쇠와 짠돌이는 가급적 멀리 하라던 인생선배의 조언이 있었지만, 이 짠돌이는 지방 출장까지 나를 따라다닌다. 가끔 주변사람들에게 눈총은 받지만 맡은 업무만큼은 정말 꼼꼼하게 잘 해낸다. 회식이 있으면 늘 1차에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개별적으로 이차나 삼차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1차 회식비용은 공식비용이 되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것은 개인 지갑에서 각출을 한다. 이 짠돌이는 결단코 지갑을 연적이 한번도 없다. 술을 과하게 마신 날이면 택시비가 없다며 가장 만만한 내 지갑을 털어 간적도 제법 있다. 몇 년을 같이 지냈지만 짠돌이의 지갑색깔이 무슨 색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함께 지방출장을 오게 되면 아무래도 근무 시간이 좀 널널하다. .. 2008. 7. 16.
친구, 가리워진길을 보다. 얼마전 내 친구의 글을 올린적이 있다. 우리는 늘 빛을 쫓아 가면서 등뒤에 그려있는 그림자의 존재를 잊고 산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 감추어진 아픈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 글을 올리고 다시 그 친구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까 한다. [관련글] 30대, 감추어진 친구의 그림자 타박 타박 걸어가는 인생 길. 뒤를 돌아보면 아득히 걸어온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좁고 험한 길을 힘들게 걸어와 모퉁이 작은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골라 본다. 가끔은 안개만 자욱하여 끝은 보이지도 않는 가리워진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핸드폰도 없이 살아가는 친구에게 내가 먼저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던 중 거의 한달여 만에 전화가 걸려 왔다. 내가 약속했던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목소리로 녀석을 .. 2008. 7. 14.
비가오는 길에 마흔아홉살 고아를 만나다. 지방의 한 도시. 비가 오는 낯선 곳에서 택시를 탔다. 습기 머금고 달려가는 장거리 택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낯설기만 한데,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돌아오는 운전 기사 아저씨의 인삿말이 친근하다. 네박자 정겨운 트로트 리듬이 울려 퍼지던 택시안. 점잖은척 앉아 있는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라디오 채널을 딴 곳으로 돌린다.가끔 장거리 택시를 타면 무료함을 달래려고 기사 아저씨에게 똑같은 레퍼토리로 말을 건다. " 요즘 경기 안좋아서 힘드시죠? " 인상좋은 아저씨의 입에서는 전문가 못지 않은 비판과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세상 살기 좋아졌다는 말은 갈수록 듣기 힘들다. 차림새가 좀 수상했던지 무슨일을 하냐고 나한테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십여분이 흘러가니 어느새 가까운 이웃처럼 주고 받는 대화가 따뜻해 .. 2008. 6. 19.
은밀한 유행, 악몽으로 막을 내리다. " 은밀한 유행 따라잡기 " 유행 이라는것이 좀 묘해서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무작정 따라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참 뒤에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몇 해 전쯤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이 유행처럼 스쳐간 적이 있다. 잠을 잘때 속옷을 입지 않고 자는 사람은 제법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속옷을 입지 않고 겉옷만으로 거리를 활보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취향에 맞지도 않은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졌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다만 한동안 속옷을 입지 않고 거리를 활보 했고, 나름데로 자유로운 감각과 느낌을 즐겼던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변태적 기질이나 노출증 환자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결단코 오해다. " 자만심, 벼는 덜익을수록 고개를 든다" 그 시기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2008.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