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공포영화는 잘 보질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섭다.
무섭다는 것은 영화를 보기전의 일이다.
영화를 볼때나 보고 난 후에 공포감을 가진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정말 무섭다. 피가 흐르고 좀비가 등장하는 화면을 보면, 그것은 공포감이 아니라 불쾌감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영화도 볼 줄 모르는 무식한 사람’으로 통하기도 한다.
하긴, 영화가 주는 공포감은 얼마나 집중 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잘만든 공포영화는 피만 뿌려대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을 얼마만큼 몰입할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다.
공포영화는 꼭 극장에서 본다.
다른 영화는 DVD로 보는 경우도 많지만 공포영화 만큼은 꼭 영화관에서 본다. 피를 뿌려대는 좀비의 괴물 스러움 보다, 그것을 함께 보는 관람객이 지르는 여러 비명소리가 더 공포 스럽다. 그래서 어두운 극장에서 수시로 울려 퍼지는 외마디 비명은 내가 공포영화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그래서 그런 비명소리도 터지지 않는 공포영화를 보면서 때론 잠들 때도 있다. 제작자의 의도와 노력을 무시하는 나의 행위를 보면, 영화를 볼줄 모른다는 지인의 말은 사실인 것 같다.
맹활약 하는 좀비.
요즘 들어 부쩍 좀비영화가 많다. 윌 스미스가 좀비들을 사냥하고, 밀라 요보비치가 좀비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이제 흉가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귀신의 이야기는 잘 보이질 않는다. 과학자의 실수로 탄생한 좀비는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대중적이 되었다. 예전의 좀비는 막강한 파워를 가졌지만 좀 느렸는데, 요즘 좀비는 파워와 스피드를 함께 겸비 했다. 그래서 좀비퇴치는 갈수록 어려워 진다.
현장감 있는 카메라 기법.
REC은 실제감을 강조하기 위한 카메라 기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마치 생중계를 통해 보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시점은 꽤 성공적인 것 같다. 특별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이런 카메라 기법은 꽤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화면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덤으로 안겨 준다.
어둠과 밝음을 오가는 조명도 꽤 좋았다. 너무 어두운 곳에서만 상황이 발생하면 특별히 공포스럽진 않다. 영화는 밝은 곳에서 힌트를 주고 어두운 곳에서 상황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희생자가 한명씩 늘어 나면서 화면은 점점 어두워 진다.
속편을 준비하는 마무리.
시나리오가 그리 매끄럽진 않다. 건물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 설정을 이해 시키는 과정이 조금은 억지 스럽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음악이 흐를 때, 신문 기사를 잠시 스쳐 보여줬다면 몰입도는 더 컸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의 처음 부분이 조금 지루하기도 하다.
좀비는 죽지 않았다. 좀비는 사람을 물고, 그 사람이 다시 좀비가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희생자는 늘어났지만 마지막 리포터가 끌려가는 장면을 보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 것 같지 않다. 적어도 이 좀비 시리즈는 앞으로 몇 편이 더 나올지도 모른다. 햇살을 두려워 하지 않는 좀비가 등장한지도 꽤 되었다. 그렇게 좀비는 갈수록 진화 하고 있다. 하물며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의 피를 그리워 하던 좀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면 확실 하다.
공포 영화는 직접 보지 않으면 공포감을 느끼긴 어렵다. 스토리를 아무리 이야기 하더라도 시각적인 공포는 말하기 어렵다. 좀비와 귀신이 그리운 계절엔 공포영화를 싫어 하는 사람이라도 한번 쯤 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가급적 넓은 공간에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공포의 연대감을 가지는 것도 좋다.
감독 : 자움 발라구에로, 파코 플라자
주연 : 마누엘라 벨라스코
2008년 7월 개봉작.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지만, 몰입도가 꽤 있는 영화다. 어두운 공간에서 연신 좀비에 쫓기는 모습을 현장감 있는 카메라 기법으로 보여 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결코 졸지 않았다. 사실 무서웠다. 뒤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쉴새 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의자뒤에 바짝 붙어서 내 귀에다가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그 험악한 공포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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