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걸었던 거리가 무척 낯설게 보였습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눈을 감고 걸을수있을 것 같은 거리가 새롭게 보이더군요.
휴가를 맞아 다시 찾아 돌아온 집과 집주위의 풍경이 그랬습니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낯선 느낌이 나더군요.
아마도 바쁘면서 권태로웠던 몇 달간의 내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삶의 길에서 이런 낮선 느낌이 들때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지는것 같습니다.
블로깅, 속도를 늦추다.
얼마동안 제 블로그에도 소홀했습니다. 어쩌면 다분히 의도적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에 집중하기가 어려울땐 잠시 떨어져 있는것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블로깅은 소통하는 공간인데, 소통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잠시 걸음을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한것이 딜레이 포스팅이더군요. 갈수록 늘어가는 비공개 포스팅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야기만 제외한 부분은 대부분 예약포스팅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 늦추었던 걸음을 다시 재촉해야 하겠죠.
삶의 게으름을 만끽하다.
살면서 꽤 권태로웠던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던 시절에도 집중하지 못하면서 방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단순한 게으름인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집중하지 못함에서 나오는 권태로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늘 잠이 부족하게 바빴던 그 시절에도 나른한 권태로움에 대한 기억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사회생활도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확고한 계획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그리고 일에 열중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흩어져 있는 권태감을 맛봅니다. 최근 몇 달간 저도 그러한 정신적인 게으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삶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모든 밸런스가 깨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게을렀던 시간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더 집중해야 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론 이러한 권태로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도용님의 블로그에서 고흐의 그림을 본적이 있습니다. 한낮에 농부가 시에스타를 즐기고 있는 평화로운 그림이었죠. 한 낮에 낮잠을 자는 것이 게을러 보일수도 있지만, 오후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걷는 인생길에서도 더 집중하기 위해서 한 걸음 늦춰 가는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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