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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함께 뜨는 달 - 하루키의 귀환

by G_Gatsby 2009. 11. 5.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를 보고 있습니다.
참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오랫만에 나오는 장편소설이라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무언가에 의해서 이어져 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전작에 등장했던 추상적인 존재들이 이번에 다시 등장하고,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상상력이 장편으로 이어져 나오기도 합니다. 그가 가진 자아의식의 확장과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 인가 참 궁금해 집니다.

혼자 뜨는 달.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특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조용하게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니다.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고 알듯말듯한 질문들이 여기저기 난무합니다. 그러면서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한번에 모여서 만들어질때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독자를 공격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하루키 라는 작가에 매료되는 가장 큰 이유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띄엄띄엄 읽지 않고 단숨에 읽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1Q84.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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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늘 인간의 존재와 본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1Q84에서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외로움과 나약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할곳을 찾아 헤메고 다니지만, 결코 치유받지 못하는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별적 인간의 아픔은 우리 사회의 아픔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난해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본성을, 두개의 달을 통해서 표현했습니다.
하나의 달은 모두가 볼수 있는 달입니다. 해가 지면 떠오르고 날이 밝으면 사라지는 상투적인 달입니다. 또 하나는 자신만이 볼수 있는 달입니다. 그 달은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에 따라서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서와 규칙속에서도 끊임없이 불규칙한 움직임을 갖는, 자신만의 보고 듣고 느낄수 있는 달입니다.

어느 명상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내가 서로 다름을 확인할때 느끼는 것이고, 우리라는 울타리에서 소외됨을 느낄때 만질수 있는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 지고 생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고통은 점점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도 우리는, 해가 진뒤에 떠오로는 하나의 달만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이 가진 달을 보며 외로움에 잠기거나, 누구나 볼수 있는 평범한 달을 보며 살기 위한 투쟁을 다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달은 언제나 두개가 떠오릅니다.

함께 뜨는 달.

사회적 가치는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개인적 가치는 사회적 가치 속에서 가꾸어 가는 아름다운 자기발견 이라고 말합니다. 두개의 가치가 조화롭지 못하면 개인은 불안하고 우울해지고, 사회는 지치고 병이 들어갑니다.

종교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인의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일부 종교단체의 적극적인 전도 활동은, 기부금을 더 많이 걷어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굶주리고 가난한 곳에는 교회가 없고 배부르고 잘사는 곳에만 교회가 있다는 비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치의 가치도 절대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인의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권력이 특별한 세력을 만들고, 특정한 계층이 부와권력을 세습하려고 할때, 그 사회는 병들고 추악해집니다. 그러한 나라일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인간의 본성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사상이 병들고, 다양성이 사라집니다.

우리는 오늘도 두개의 달을 보게 됩니다.
꿈꾸는 몽상가처럼 자신의 미래를 마음껏 그려보기도 하고, 짓눌린 현실에 소리내어 한숨짓곤 합니다. 하나의 달은 변하지 않지만, 또 하나의 달은 매일 매일 변화합니다. 하지만 두개의 달은 언제나 함께 뜨는 달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러한 두개의 달을 통해서 우리가 화합할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현재의 고통과 내재된 본성은 결코 외로움을 탓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보신분은 알겠지만,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사랑 입니다.

인간을 중시하는 사회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 입니다. 모든 종교가 말하는 절대적 진리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절대적인 가치는 시간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알지만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찰나의 만남을 위해서 수십년의 세월을 기다립니다. 사랑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만나고 느끼고 말하고 있는 모든 존재는 소중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지금 바로 이순간,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개의 달이 떠오릅니다. 함께 뜨는 달은 모두,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달이 되어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