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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맨발의 청춘, 두손을 불끈쥐다.

by G_Gatsby 2009. 11. 11.


대학 시험에 맞추어 추위가 다시 찾아옵니다.
전통은 결코 무시할수 없나 봅니다. 저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몹시도 추운날에 시험을 치뤘던것 같습니다.

시험을 마친후, 아버지가 주셨던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지영씨가 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책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책의 내용이나 작가의 이름을 모두 무시하고, 책의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 주셨던 책의 제목을 늘 가슴에 담고 살고 있습니다.

공무도하 -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최근에 김훈의 신작 소설 ‘공무도하’를 읽었습니다.
김훈이라는 작가를 참 좋아합니다. 간결한 문체도 좋고, 늘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공무도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훈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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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의 소설을 통해서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비록 어렵고 힘들고 고달픈 현실이지만, 그래도 살아야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강을 건너는 사람에게 부르는 구슬픈 공무도하의 노랫말을 작가는 우리에게 그대로 던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인물에게서 희망을 찾았던 그는 이제 현실에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픽션이지만 현실적이고, 간결하지만 무겁습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현실은 지극히 어둡습니다.
가난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아이가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죽습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처녀는 두들겨 맞고 쫓겨나 갈곳을 잃었습니다. 사회운동을 하던 사람은 현실적인 가난의 굴레 속에서 자신의 신장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갑니다.

과연 누가 그들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용기를 낼수 있을까요.
하지만 서로의 아픔은 어울리고 부대끼며 어루만져집니다.
지친 어깨는 서로의 피곤함에 작은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만들어집니다.

맨발의 청춘 - 두손을 불끈쥐다.

산다는 것이 참 팍팍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빚을 내서 공부를 마친 학생들 앞에는 현실의 높은 벽이 가로 막고 있습니다. 경쟁적이고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지극히 소수만이 원하는 것을 얻는것 같습니다. 승자는 쟁취하고 패자는 좌절합니다.

제가 즐겨보는 인물평전에는 어려움을 딛고 홀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독한 가난을 이겨냈고, 누군가는 혹독한 사회적 핍박을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자신만의 세계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있는 공통점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세상을 멀리 보는 지혜인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위기의 순간에도 두손을 불끈 쥘수 있는 용기가 되었고, 세상을 멀리보는 눈은 지혜로운 자의 위대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모두가 상대적 우위를 얻을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행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누구나 할수 있습니다. 우리가 얻을수 있는 행복은, 스스로의 삶속에서 맨발로 묵묵히 걸어가면서 얻는 삶의 기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십수년전, 학력고사를 마치고 아버지가 주었던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재산과 학벌이라는 신발을 신고 달린다고 삶의 승자가 되는것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 주어지고, 누구에게나 걷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맨발의 청춘이지만 두손 가득 희망을 담고 걸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