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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뻔뻔한 세상아 일단 한번 덤벼봐

by G_Gatsby 2010. 5. 30.

술에 취한 아저씨가 횡단보도 앞에서 흔들흔들 거립니다.
햇빛 따사로운 오후에 보기엔 익숙치 않은 풍경 입니다. 술냄새가 아주 고약합니다. 소주 30프로에 막걸리 70프로가 적절하게 혼합되어 풍기는 냄새에 멀미가 날것 같습니다.

뒤에 서 있던 또다른 아저씨가 대낮부터 무슨 술이냐고 한소리 합니다.
졸린듯 반쯤 감고 있던 아저씨의 두눈이 커지더니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술 먹는데 보태줬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칩니다. 놀란 아저씨가 멍하니 서 있는 틈을 타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합니다. 옆에 서 있는 젊은 청년 둘이서 아저씨들을 때놓으려고 끼어 듭니다. 끼어 드는 청년을 보며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고함을 고래고래 지릅니다. 급기야 개아들쥐아들을 들먹이며 욕설을 퍼붓습니다.



선거가 가까워 오자 여러곳에서 소음이 심각합니다.
조용한 주택가에 개사한 유행가들이 쉴새 없이 울려 퍼집니다. 십수년전과 비교해 보면 돈봉투를 돌리는 풍경만 다를뿐, 선거운동의 풍경은 바뀐게 없는것 같습니다.

북풍이 요란하게 몰아칩니다.
선거운동을 하는 확성기에서 좌파척결의 구호가 나오고 빨갱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익숙하지만 무척 불쾌한 소리 입니다. 예전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상대를 칭찬해 주고 정책을 설명하는 그런 후보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보수주의자임을 미친듯이 말하고 다니는 콧수염 달린 어느 노교수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게엄령을 선포하고 좌파들을 때려잡자는 구호가 생각 납니다. 당장 북한과 전쟁을 치루자는 기자 출신의 미치광이 조모씨의 말도 생각이 납니다.

미국의 한 대통령은 '전쟁은 보수주의자가 일으키지만 죽는 것은 젊은이 들이다.'고 말했습니다. 적개심이 가득한 구호를 내뱉으며 애국심을 끌어올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려고 했던 정치인들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 안보는 권력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 입니다. 적어도 민주주의국가에서 안보는 집권하고 있는 정당의 가장 큰 책임 입니다. 우리 처럼 휴전상태인 분단 국가에서는 조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문제 입니다.

하지만 안보위협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정치 집단들이 오히려 더 큰 소리를 냅니다. 북한을 비호 한다며 야당을 매섭게 몰아 부칩니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더 부추깁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큰 실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어느 누구도 반성을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참 뻔뻔한 세상입니다.


" 이것이 서태지 라는 것을 보고도 못믿는 사람은 좌파 빨갱이 "




술에 취해 멱살을 잡고 큰소리를 치던 아저씨와 청년들이 힘싸움을 합니다.
청년의 머리카락을 잡고 쌍스러운 욕설을 내뱉습니다.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민중의 지팡이 백색차가 도착을 합니다. 건장하게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사람들의 무리에 끼어 듭니다.

공중도덕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대낮에 술을 마시지 말란 법은 없지만, 술을 먹었다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고 싸움을 거는 것도 비겁한 것입니다.

술을 먹은 아저씨와 청년이 나란히 경찰차에 탑니다.
제복입은 경찰이 나타나자 술취한 아저씨도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고분하게 경찰차에 올라타더니 고개를 숙입니다. 사람들을 실은 경찰차가 시선에서 사라집니다. 지금처럼 뻔뻔한 세상에도 저런 경찰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뻔뻔한 세상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술취한 사람을 조용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투표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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