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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돈키호테를 꿈꾸며

by G_Gatsby 2010. 6. 23.

뜨거운 날씨 때문에 길을 걷는게 버거워 집니다.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팽창하고 있는 허벅지 때문에 바지가 갈수록 작아집니다.
물론 운동으로 허벅지가 팽창한것은 아닙니다. 그저 앉아서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니까 그런것 같습니다. 허벅지만 팽창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랫배와 윗배가 서로 경쟁을 하며 작은 언덕을 만들어 냅니다. 인체의 아름다움은 유유히 흐르는 곡선에 있다고 하지만 모든 곡선이 아름다운건아닌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 1

한 아이가 공원 벤취에 앉아서 책을 봅니다.
학교를 마치고 왔는지 옆에는 책가방과 자전거가 놓여 있습니다. 독거인이 옆을 지나가도 알아채지 못할만큼 책에 열중합니다. 책 제목을 보니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입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만드는 소설 입니다.


돈키호테 산초가 공허한 진실을 위하여 싸우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 읽는 아이의 눈에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 2

한때는 돈키호테와 같은 꿈꾸는 인간을 동경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뚱뚱한 친구를 '산초'라 부르고 마른 아이를 '로시난떼'라 부르며 학교 뒷산을 거침없이 올라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의감에 넘치던 돈키호테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면서 기억속의 '돈키호테'는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이상을 향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무모하지만 가장 순수한 인간의 모습이었던 '돈키호테'가 사라져 버린것이죠. 세상은, 꿈꾸는 돈키호테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문득 문득 '돈키호테'를 그리워 하기도 합니다.
힘든 현실의 벽에 스스로가 무너질때, 포악한 인간들의 잔인한 배신에 치를 떨때, 노력해도 되지 않는 삶의 무게에 지켜 쓰러질때 마다 '돈키호테'의 꿈을 꾸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항상 다시 일어서서 적을 향해 돌진하는 용기를 얻곤 하죠.





세르반데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일깨워 주는 것은 모순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읽는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해 봅니다.
소설속에 나오는 돈키호테가 꿈꾸었던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이룰수 없는 꿈을 꾸는것,이룰수 없는 사랑을 하는것, 이길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 견딜수 없는 고통을 견디는것. 이것이야 말로 돈키호테가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을 이겨내는 용기와 내일을 꿈꾸는 다짐을 만드는 것이겠죠.

책을 읽던 아이가 일어나 책을 가방에 넣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떠납니다.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면서 험난한 세상을 이겨내는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지 아이가 패달을 밟는 모습이 힘차 보입니다. 로시난테를 타고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처럼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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