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33

검은색 점퍼에 검은색 바지.
검은색 구두에 검은색 가방을 맨 남자가 길을 걷는다.
온통 검은색으로 몸을 감싼 남자의 머리가 백발이다. 그래서 유독 눈에 띈다.

남자는 노점에서 딸기를 한봉지 산다.
이것 저것 물어보고는 제일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것을 고른다.
빨간 딸기 더미에서 남자의 머리카락은 더 하얗게 보인다.
결국 남자의 검은색 몸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매달린다.
뚜벅 뚜벅 걷는 남자의 뒤로 네온사인의 불빛을 받은 그림자 마저 까맣다.

모퉁이를 돌아서 초등학교 운동장앞 인도로 접어 든다.
흐릿한 가로등이 켜지면서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먼발치 뒤에서 걷고 있지만 남자의 발걸음이 가볍다는 것을 느낀다. 가볍게 흔들리는 검은봉지. 입가에 번지는 미소만큼 새하얀 머리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아이들이 놀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 운동장의 한켠에서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쏟아져 나온다.
축구공, 야구배트를 가지고 재잘 거리며 걷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에 또 한번 미소가 번진다.



학교의 끝자락에 보이는 작은 연립주택.
시간의 흔적으로 주택의 이름마저 지워져 버렸다.
가로등의 혜택마저 지나쳐버린 그곳은 벌써부터 어둡다.

어두운 입구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게 보이는 것 같다.
작지만 무언가 앞으로 다가오는게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앉아 있는 남자 아이.
아이는 백발의 남자를 보고선 알수 없는 소리를 낸다.
손이 뒤틀리고 다리가 뒤틀어진 아이의 얼굴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백발의 남자는 아이가 서 있는 휠체어 앞에 무릎으로 앉아 눈높이를 맞춘다.
촛점이 맞지 않는 아이의 눈이 드디어 남자의 눈과 마주친다.
기쁨에서 나오는 인간의 숨소리.
사랑을 느끼게 되는 심장의 고동소리.
짧은 순간 아이와 남자의 모습이 정지된 흑백영화처럼 멈추어 선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백발의 남자.
남자의 눈을 보며 어쩔줄 몰라 기뻐하는 휠체어를 탄 아이.
나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아이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묻어나는 너무도 행복한 표정.
남자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너무도 소중한 사랑.
어쩌면 앞으로도 보지 못할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다.

백발의 남자를 뒤로 하고 걷는다.
뒤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 우리 아들 많이 컸네. 아빠가 몰라보겠다. 이제 다컸다 우리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먹고 싶다던 딸기를 잊지 않고, 붐비는 도로에서 딸기를 고르던 남자의 표정을 다시 떠올린다. 세월이 가져가 버린 새하얀 머리칼을 떠올려 본다. 유난히 어두워 보이던 남자의 검은색 점퍼를 기억해 본다. 가로등 마져 비춰주지 않던 아이의 휠체어를 생각해 본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비가 내린 어두운 하늘이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해가 저물고 어두운 세상이 되었지만, 몇년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으로 가득채워지는 행복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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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0.04.23 08:58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쏟아져 나올 때의 재잘거림이 참 좋습니다.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그렇게 맑고 깨끗한 소리가 또 없지요.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 길지 않은 시간인 것 같지만 울림이 느껴지네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

    • 저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좋습니다. 학교를 지날때마다 울리는 그 소리가 좋더군요. 아직도 그 백발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네요.^^

  • 세상에 사랑만한 것이 있을까, 를 생각하게 됩니다.

    덧) 또 하루만 지나면 주말입니다. 오늘 하루 잘 버티자구요.

    • 살면서 '사랑'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주말입니다. 밀린 빨래를 하고 책을좀 봐야할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04.23 11:51

    아버지와 아들이 만났을 때, 서로를 보고 느꼈을 애잔함, 사랑, 기쁨, 슬픔이 느껴지네요...

    • 뇌성마비 아들이 바라보던 표정을 잊을수가없네요. 사랑은 보는 사람에게도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 역시.. 갯츠비님의 글은 가슴 한 켠이 아릿하면서도 따뜻해지네요.
    좋은 글 감사 드려요. ^^

  • 맘이 짠합니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을지 모르면서 '더 더'를 외치며 스스로를 불행케 하는 저를 반성합니다.

    • 전생의 인연이라는게 있다면...이런 기쁨이 아닐까 싶더군요. 아이의 눈망울속의 눈물의 의미가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늦은 밤..조용한 시간이지만...어디선가..재잘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릴 것만 같네요..
    그럼..잠든 애가 깰라나...ㅎㅎ

    • 아이들의 재잘거림. 참 좋죠^^ 어둑한 저녁에 고단한 일을 하고 돌아오는 아버지를 반기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 조만간 지구벌레님도 느끼실수 있는 행복이겠군요.^^


새로운 건물이 우뚝 솟아 있는 도심의 사거리.
사거리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오래된 건물들이 쓰러질듯한 모습으로 일렬로 서있다.
개발자의 이기심 때문인지, 남아 있는 자들의 욕심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보여지는 풍경은 기묘하다. 몇 가구 안되는줄 알았는데 길을 걷다 보니 꽤 길게 늘어서 있다. 주위에는 대형 광고판을 부착한 건물들과 아파트가 즐비한데 이러한 곳이 여기 숨어 있다니 신기 하다. 색이 바래고 오래된 거리를 바라보니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듯 하다.

미닫이 문이 있고, 연탄 화덕도 보인다.
고물상도 있고 경사가 심한 골목길도 보인다.
낮은 창문 아래엔 아이들이 저질러 놓은 낙서가 있고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 위에는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을 잔다. 도심에서 들려오는 소음마저 이곳을 비켜 나가듯 한적하고 조용한 흑백의 거리다.



내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연탄 집게를 들고 미닫이 문을 나선다.
요 며칠 추위가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할아버지가 신은 보라색 슬리퍼도 햇빛에 바래 요란하다.
쓰러질 듯 위태로운 철제 대문을 열고 깔끔하게 차려 입은 한 청년이 나온다.
주위를 한번 살펴 보더니 뚜벅뚜벅 큰 길로 재빠르게 걸어간다.
청년이 내는 구두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진다.

길게 늘어져 있는 흑백 풍경을 벗어나니 소음과 함께 화려한 풍경이 펼쳐 진다.
깔끔하게 차려 입은 청년은 사람들에 섞여 분주하게 길을 걷는다.
흑백의 풍경에서는 선명하게 들리던 청년의 구두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천천히 천연색의 풍경을 돌아 보는 사이에 어느덧 청년은 군중 속으로 사라져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천연색의 풍경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어쩌면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흑백의 풍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는 것이 중요한 세상에는 감춰야 할 것들이 많아 진다.
그래서 마음 속 어딘가에는 흑백의 풍경들을 감추어 두고 사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시선이 닿기가 두려워 지는 흑백의 풍경.
발전하고 커져 가는 세상 속에 점점 더 초라해 지는 흑백의 풍경.
세상의 이기심과 자신만의 욕심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흑백의 풍경.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색깔이 이런 모습인지도 모른다.
보여지기 위한 것과 숨겨야 할 것,
알량한 지식과 비겁한 용기,
부질없는 욕심과 편협한 생각.
배타적인 생각과 옹졸한 이기심,
불편한 진실과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
알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모습이 흑백의 풍경과 묘하게 닮아 있다.

도심 속에 숨겨진 기묘한 흑백 풍경을 뒤로 하고 천연색 거리의 사람들 속에 섞인다.
나 또한 천연색 풍경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분명하게 깨닫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 오면 또다시 흑백 풍경 속에 서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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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Favicon of http://eczone.tistory.com/ BlogIcon Zorro 2010.04.15 00:59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사진한장이네요..

  • 친구네 집도, 저의 집도 모두 저랬을 때에는 니네집이 내집이고 내집이 니네집이고, 아무 생각없이 잘 어울렸는데,
    요즘은 어느 친구 몇 평에 사는지가 왜그리 신경쓰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아이들이 어렸을때 부터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되는게 우리 현실인가 봅니다. 어울려 놀 시간도 부족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도 늘 흑백의 거리가 있나 봅니다.

  • 외벽을 새로 칠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화려한 빛깔의 아파트 숲이 사방에 가득합니다.
    정작 제가 사는 동네는 나즈막한 주택가지만 이사가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네요..^^.

    • 보이는 거리 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거리가 더 공허하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어울려 사는것이 살 맛 나는 세상인데 말이죠.^^

  • 우연히 서핑하다 알게된 사이트인데, 사진들이 인상적이더라구요~
    이 포스트 보는 순간 떠올라서 한번 소개해드려요~^^


    >> 도시 풍경 이미지 http://bit.ly/bl3aew

  •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천연색인 것과 흑백인 것. ㅠ.ㅠ

    • 우리 마음속에도 흑백의 거리가 존재하지 않을까 싶네요. 명품가장의 기쁨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죠.^^

  • 저는 오히려 재개발 뒤에 태어난 화려한 고층 아파트들을 흑백으로 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와우' 효과를 가져오는 그 색감들을 모두 탈색해버리고 나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집니다.

    • 고층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땅의 원주민들이 가졌을 기쁨과 눈물의 색깔, 쫓겨난 세입자들의 색깔..그로 인해 돈을 벌었을 업자들의 웃음에 대한 색깔..시공사들의 매출액이 늘면서 만들어 내는 색깔..욕심과 아쉬움이 섞여 있는 고층 빌딩에 다시 돈을 주고 들어와 꿈을 키우는 사람들의 다양한 색깔... 표백제를 써도 빨리지 않을것 같습니다. 제가 사진을 찎을줄 알았다면..사진도 보여 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신축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장 한켠에서 외국인 청년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회색거리에서 자리를 잡고 올라가는 회색 건물 공사장에 회색 작업복을 입은 청년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조화로움인지 부자연스러운 풍경인지는 모르겠다.

청년이 마시는 것은 소주였다.
주변에 사람은 없지만 새참 시간 이었는지 여기저기 컵라면과 막걸리가 뒹굴고 있다. 잔도 없이 소주를 마시더니 마른 멸치를 한줌 쥐고 빨간 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는다. 동남아 쪽에서 온 청년 같은데 우리나라 고추장이 맵지도 않은가 보다. 시원한 소주한잔에 매운 고추장을 입에 털어 넣더니 회색 거리를 멍한 눈으로 쳐다 본다. 노동이 힘들었는지 커다란 눈이 움푹 들어가 보인다.



정신 노동을 하고 난뒤 육체적인 몽롱함을 느끼며 걷고 있는 내 모습과 거친 노동을 하고 정신적인 몽롱함을 즐기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같은 피로감인지 서로 다른 몽롱함인지는 알수 없다. 다만 노동을 마친후 바라보는 눈빛의 몽롱함은 비슷하다. 부끄러운 동질감을 느껴본다.

청년과 눈이 마주친다.
나는 무심코 손을 들고 흔들어 댄다. 안경쓰고 꺼벙한 아저씨가 흔드는 손을 보고 청년은 얼마나 웃겼을까. 하지만 청년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의 지친 영혼을 달래 주었다. 회색 풍경이지만 빨간 체온을 느낄수 있다.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 앞에서 웬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예수 믿으세요. 천국이 보입니다!' 아주머니가 건네준 유인물을 받아 쥔다. 아주머니는 어머니 갖다 주라며 한장을 더 준다. 그리고 빨간색 십자가가 보이는 교회를 가르키며 주일에 꼭 오라고 말한다. '예수님을 믿어야지만 천국에 갑니까?' 당돌한 질문에 아주머니는 자신있게 말한다. '그럼요, 믿지 않는 사람은 천국에 갈수 없죠~. 예수님을 믿으면 모든게 이루어집니다.

절에 다니는 불자지만 아주머니의 성의를 지나칠수 없어 유인물을 쥐고 횡단 보도를 건넌다. 뒤를 돌아보니 아주머니는 자전거를 탄 아이들에게 '천국'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 너머에는 빨간색 등을 단 십자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우성 부리며 살아가는 세상은 무거운 회색일수 밖에 없다. 노동에 지친 청년이 먹던 빨간색 고추장도, 오만한 인간을 구원 하기 위한 빨간색 십자가도 특별히 다를게 없다. 영혼의 동질감은 살아 숨쉬는 사람만이 느끼는 빨간색 체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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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8

  • 2010.04.14 00:03

    비밀댓글입니다

    • 편하다는 것이 마음이 편한것이겠죠.^^ 진정한 편안함은 오랜 혼돈속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카오스의 끝에는 실락원이 있을까요, 하데스가 있을까요.^^

  • 전 불교 신자도 기독교도 아니기도하지만..
    정말 영혼을 달래주는게...먼데 있지만은 않겠죠.
    요즘 처럼 서로의 영혼이 외로워 보이는 시대에는 먼저 손내미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개츠비님 처럼요.

    • 어찌보면 종교도 영혼의 연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영혼의 울림 같은것이 있겠죠.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지만 영혼의 따스함을 느껴봤습니다.^^

  • 정말이지 책을 집필하셔도 좋을것 같단 생각을..^^
    글을 읽을때 마다 생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블.로.그 입니당~ㅎㅎ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0.04.15 09:01

    고딩때 지하철역에서 어느 외국인에 무언가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원샷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소주더군요. 참이슬 이전의 진로 소주... ㄷㄷ;;
    그냥 갑자기 그 생각이 났습니다. ㅎㅎ
    저도 손을 흔들어 볼 걸 그랬나요. 무서워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었습니다만...

    • Reignman님도 고딩때가 있으셨군요.ㅎㅎ 전 지금이 고딩인줄.ㅋㅋ 워낙 비주얼이 좋으셔서 말이죠.^^ 지하철에서 술 먹는 외국인에게 손을 흔드는 센스는 좀 어렵다고 봐야죠.^^

  • 믿으면 천국을 가고 아니면 못간다... 이 논리를 믿지 못해서 3년동안 다니고도 결국 뛰쳐 나왔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서요..

    • 종교는 영혼의 믿음이라지요. 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긴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사랑이나 모든게 영혼의 소통이 아닐까 합니다.^^

  • 길이군요.
    12시 5분전, 길에서 만난 사람들.
    시간과 공간의 좌표 위에 점묘화를 그리고 계십니다.

    절에 다녀왔습니다. 도시가 보이는 처마 밑에서 풍경 소리를 들었습니다. 향이 날리구요. 독경 소리가 들렸습니다. 흰꽃이 날리구요. 붉은 등이 보입니다. 목어가 있구요.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대봉이는 잘 큽니다. 건강하시죠?

    • 마음 같아서는 사진으로 찍어서 무언가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만.. 지병인 수전증과 사진을 몰라서 그럴수는 없군요. 길상사에 한번 가보고 싶네요. 대봉이 발가락이 이제 아버지를 많이 닮아 가나 보군요. 건강하시죠?

  •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저런 사람덜은 아마 교단에서도 내놓은 사람덜일 가능성이 큽니다. 교인은 아니지만 그렇다는 소릴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죠. 길거리, 바다, 하늘, tv. 어데 하나 조용하지 않은 곳이 없네요. 지방선거 앞두고 길거리는 더 시끄러워지겠죠?

    •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실천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종교의 교리보다는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문제일수도 있겠죠. 그저 선교하는 사람이 마음에 안들었다기 보다는, 모든것이 영혼에 대한 이어짐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영혼의 달래주는 토닥임은 피부색을 초월하는 것이겠죠. 언어의 벽도 넘고. ^^

    김밥천국이 아니라, 예수천국을 말한다면
    논리적으로 예수 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지옥에 가야할 사람들이었을까요.
    김밥천국이 아니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친다면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지옥불을 맛봐야할 인간말종들이었단 이야기인 걸까요.

    • 색이 바랜 세상의 풍경은 아마도 가난하고 힘든 자들의 영혼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도 어쩌면 세상을 핑계삼아 하나둘씩 색깔을 버리고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직도 세상 사람들은 빨갱이 라고 불러주더군요. 그 빨간색은 유지를 하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the22.tistory.com BlogIcon 22세기 2010.05.07 05:14

    회색의 고추장. 그 외국인 청년에게 있어 고추장은 어떤 맛이었을까요?
    검은맛도 아니고 흰맛도 아닌 매운맛. 소주의 쓴맛을 잠시 중화 시켜 주는 그런맛이었을까요?

    전 잠시 외국인이라는 이미지를 '서양 사람'에 맞춰둔게 미안했습니다.
    결국 모두 한 지구라는 구슬위에 사는 사람들인텐데 말이죠.

    그 외국인 청년, 회색 고추장의 맛.

    저는 세상을 너무 강팍하게 살지 말아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스스로 색깔을 내지 못하고 먼지처럼 지쳐 있는 청년의 눈빛이 꼭 회색처럼 느껴지더군요. 어울리지못하고 그저 놓여져 있는 회색풍경같았습니다. 다르다는 생각보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네요. 그래도 청년의 미소는 참 멋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