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48

노인과 흰우유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알지 못하는 비가 내립니다. 꽃샘 추위라고는 하지만 꽤 매서운 바람이 붑니다. 비가 오는 거리는 물에 젖은 발걸음으로 분주해 집니다. 같은 걸음으로 길을 걷지만, 매번 걸음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을 땐 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지 못할 땐 걸음이 무겁습니다. # 1 오래된 슈퍼마켓앞에 그늘진 차양막이 있습니다. 비를 피해 그곳에 자리를 잡은 한 노인이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계란빵 입니다. 노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작은 빵입니다. 백발의 노인은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며 오물거리고 빵을 먹습니다. 이가 없는 노인이 틀니도 없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보셨겠지요. 그저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것 같은 빵도 오래오래 씹어 넘겨야 합니.. 2010. 3. 15.
뒷짐 지고 계단 오르기 오랜만에 전화를 한 친구가 안부를 묻습니다. 뻔한 안부 인사에 뻔한 답변을 합니다. 녀석이 느닷없이 아들은 잘 크냐고 묻습니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아들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어떤 질문을 할지 잘 알기 때문에 아주 자알~ 큰다고 대답했습니다. 살면서 뻔한 질문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찌 사느냐, 밥은 먹고 다니냐, 돈은 좀 벌었냐, 철 좀 들어라, 키는 좀 컸냐... 등등. 대답이 어려운 질문도 있습니다. 잘 사느냐, 행복하냐, 요즘 어찌 지내냐, 다가오는 FOMC 회의가 세종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 가끔은 스스로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져 봅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궁색하고 변명은 늘어납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 2010. 3. 9.
조각 모으기와 휴지통 비우기 문제 없이 잘 쓰던 컴퓨터가 말썽을 부립니다. 기계적으로는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속도가 많이 느려졌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하드디스크 조각모음과 최적화를 했습니다. # 기억 하나 이것 저것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도 정리 했습니다. 업무에 관련된 자료 파일만 200G가 넘더군요. 예전 프로젝트에서 요긴하게 쓰였던 각종 보고서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외에 참고자료로 모아놓은 파일들도 꽤 많네요. 지난 몇 년간 프로젝트 일지와 내부보고서 자료만 수 천개가 넘습니다.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했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일을 했지만 아직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 중에 몇 개는 이번에 삭제를 했습니다. 하다가 중단되었던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였죠. 아마 앞으로 그 일을 다시 하는 일은 .. 2010. 3. 1.
변화의 힘, 생각의 좌표 드디어 슈퍼마켓 아저씨가 내복을 벗고 공식적으로 ‘봄’이 왔음을 알렸습니다. 길어지는 겨울이 만드는 우울증도, 고단한 삶이 만드는 추위도 다가오는 봄과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올해 찾아오는 봄은 정말 중요한 시간들이 될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와 함께 찾아온 고용불안과 서민경제의 위축이 회복되느냐의 여부가 달려 있고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 국민들에게 어떤 심판을 받느냐가 달려있습니다. 봄이 안겨주는 작은 희망이 다가오는 가을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1 계절이 바뀔 때면 누구나 한번쯤은 ‘변화’를 꿈꾸는 것 같습니다.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가슴에 담고 의욕적으로 시작하기도 하죠. 하지.. 2010.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