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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5분전15

여백의 노래 비가 오고 난뒤에 느껴지는 쌀쌀함에 몸을 움추립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어야 했는데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쳤습니다. 마치 장마철 날씨처럼 매섭게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가 참 좋을때도 있습니다. 건조했던 날씨가 풀리고,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 풍경 비가와서 흐려지는 창문너머로 이정표가 보이고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걷습니다. 교복 바지를 둥둥 말아올리고 걷는 학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서둘러 택시를 타는 아저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고 다니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입니다. 비가와도 풍경은 멈추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펴서 아름답게 빛나던 벚꽃나무 아래엔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에 뭉쳐진 꽃잎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꽃잎.. 2009. 4. 21.
슬픈 노래를 듣다. 지하철역앞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차를 타러 뛰어가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전화를 하는 사람, 화장실이 급해서 뛰어가는 사람... 그리고 가끔은 벤취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차가운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안쓰러운 마음에 한번더 시선을 두게 됩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아래 왠 아저씨가 기타를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거리의 악사라고 보기엔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습니다. 수백년전에 유행이 지나버린 다듬지 않은 장발머리, 꼬지꼬질한 겨울용 외투, 그리고 뒷굽이 보이지도 않는 낡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아저씨가 손에 잡고 있는 것은 분명히 기타였습니다. 아저씨의 모습과 대비해서 기타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해 보입니다. 예술가는 늘 가.. 2009. 4. 13.
묵은 먼지를 털다. 정말 따사로운 주말이었습니다.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포근한 햇살이 비추던 주말이었습니다. 눈 내리던 풍경이 엊그제 같은데 날씨가 참 심술맞게 변덕스럽습니다. 모자란 잠을 늘어지게 잔 뒤에 대청소를 해봅니다. 화사한 날엔 좋은 사람들과 꽃놀이 가는 것도 즐겁습니다만, 겨울동안 쌓아두었던 집안 먼지를 털어 내는 것도 즐겁습니다. 반짝이는 햇빛아래 먼지를 톡톡 털어내다 보니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간만에 맞이 하는 대청소가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기뻐하는 내모습이 전업주부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움찔 거립니다. 청소를 하다 보니 묵은 먼지도 많지만, 불필요한 것들도 많이 눈에 보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조촐한 세간살이지만 이것저것 버리지 못해서 쌓이는 것이 많습니다. 치열한 고.. 2009. 4. 12.
술취한 그림자. 가끔은 저녁에 산책을 한다. 미련스러울만큼 게으른 나에겐 커다란 운동이 되기도 하고 낮에는 볼 수 없는 거리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지나가는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기 시작한다. 햇살아래 뚜렷했던 그림자는 어느새 가로등 불빛으로 희미한 윤곽을 유지한다. 겨울이 가고 있는 2009년의 한가로운 저녁이다. 시선 하나. 한 아저씨가 자전거를 끌고 간다.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금방 눈치를 챌 만큼 술에 취했다. 아직 어둠이 다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술에 흠뻑 젖었다. 더군다나 자전거까지 끌고 간다. 아저씨의 다리가 휘청거릴때 자전거도 함께 휘청거린다. 술취한 아저씨. 큰 소리로 뭔가를 외치며 걷는다. 이른 저녁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 목소리가 참 낭낭하다. 가까이.. 2009.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