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족하는 정부, 분노하는 촛불 "
미국산 쇠고기수입 추가 협상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김종훈 본부장의 말투는 자신감이 넘쳤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라며 협상 결과에 흡족했다. 정운천 농림부장관은 오랜만에 웃었다. 만감이 교차하는듯 기자회견장에서 말을 버벅이기 까지 했다.
한나라당은 대만족 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것 이라고 논평했다. 청와대도 만족하면서 새출발을 하자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다음주초 고시를 할수도 있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연합뉴스의 예측 보도는 대단히 성공적인 것처럼 계속 흘러나왔다. 마치 추가협상이 모든 불만을 해결할 것처럼 떠들어 댔다. 이런 좋은 흐름을 볼때 촛불은 꺼질것 처럼 보였다. 최소한 수출증명(EV) 정도는 가져올줄 알았다. 하지만 고작 가져온 것은 민간자율로 규제되는 품질관리평가제도(QSA) 였다.
세시간뒤에 서울시청 광장에는 다시 5만개의 촛불이 켜졌다. 며칠동안 줄어들던 촛불이 다시 활활 타올랐다. 야당은 일제히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협상결과를 가지고 토론을 하자며 정부에 제의했다.
[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6.21일 촛불집회]
" 품질관리평가제도(QSA) ?? "
본질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보니 갈등은 좁혀지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이번 추가협상을 수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추가협상을 발표하는 정부의 입장도 교묘하기 때문이다. 마치 위험요소가 대부분 제거된 것처럼 말한다.
촛불에 대한 본질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와 검역주권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리고 해결방법은 재협상 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재협상 불가를 고수했다. 재협상도 쉬운것은 아니다라는 말에 일리는 있다.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국민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미국측에 재협상을 요구할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만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민간업체 자율규제방안을 들고 나와 마치 모든것이 해결된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
추가협상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국가가 수출을 관리할수 있는 수출증명(EV)정도는 되어야 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대다수의 나라들이 수출증명(EV)를 통해서 각자 국가의 검역주권에 맞게끔 제한조치를 하고 있다. 이것이 최소한의 검역 주권이다. 정부가 가장 많이 인용하는 미국산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세계 90여개국이 이러한 수출증명(EV)을 통해서 검역주권을 가지고 있다.
품질관리평가제도(QSA)는 말그대로 품질에 대한 관리이며, 민간업자의 자율 규제이다. 엄연히 조건과 규제가 다른 것을 두고 별차이가 없다는 정부의 말이 우습다. 정부의 말대로 품질관리평가제도(QSA)만으로 모든 관리조건이 이루어 진다면, 미국이 별도의 수출증명(EV)이라는 제도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결국 대부분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출증명(EV) 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간자율규제만으로 우려하는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말은 제도적 보완이 기대감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업자들이 잘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만약 우리가 불신을 가지고 있는 중국산 농식품을 중국기업의 품질관리평가제도(QSA)로 수입 하려한다면, 국민들은 가만히 있겠는가? 이건 중국과 미국기업의 신뢰가 다르다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이윤추구집단 이라는 공통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인정을 해주고, 민간자율로 품질마크를 찍어서 외국에 판매하려고 한다면 외국 정부가 그것을 수용하겠는가? 민간자율에 의한 품질관리평가제도 라는 것은 이렇게 "규제"의 영역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수십일동안 국민들이 지원했던 촛불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민간업체의 자율규제를 마치 대단한 협상인양 선전하면 곤란하다. 쇠고기협상과 FTA협상은 별개라며, 야당을 비난했던 정부가 며칠전에는 FTA협상을 위해서 쇠고기협상을 서두를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미국에 대한 신뢰와, 미국 기업의 자율규제에 맡기자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큰 문제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국민을 기만하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잘된 협상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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