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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음악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by G_Gatsby 2010. 6. 20.

군대를 졸업하고 난 후에 처음 본 영화 Leaving Las Vegas.
요즘은 노출이나 불륜에 익숙하지만, 그 때만 해도 이 영화는 꽤나 야한 영화에 속했다.
꽤 인기 있었던 배우 니콜라스 게이지, 떠오르는 여배우 엘리자베스 슈.
짧은 머리와 까만 얼굴을 들고 가장 구석진 곳에서 빨개진 얼굴과 구겨진 자세로 몰래 보았던 영화.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을 받고 알콜 중독에 빠진 남자가 죽기 위해 떠난 곳은 라스베가스.
도망가고 쫓기고, 다시 도망가던 창녀가 살기 위해 찾은 곳도 라스베가스.

욕망의 도시에 두 남녀가 운명처럼 만났다.
서로의 눈에 새겨진 아픔을 단번에 알아 보게 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알콜 중독자와 창녀의 사랑. 그리고 욕망의 도시 라스베가스.
서로의 아픈 곳을 만지는 모습을 보며 남자가 죽지 않기를, 여자가 행복하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 사랑이 짧으면 슬픔은 길어지지.."

죽어가던 남자가 남긴 말이다.
또 이 말은 살아남은 여자가 느끼는 마음이기도 하다.
하나도 야하지 않았다며 투덜되던 까까머리 친구 녀석의 입에 식은 김밥 몇개를 던져주며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남자의 아픔이 어떤것일까, 여자의 아픔은 어떤것일까.





20년을 훌쩍 넘겨 얼마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남자는 20년전과 다름없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고, 여자는 변함없이 거리에서 몸을 팔고 있었다.

세상은, 그들에게 놓여진 욕망의 도시처럼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아픔, 여자의 아픔을 조금은 알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을 잃어 버린 남자의 아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나약한 위치에 있던 여자의 아픔. 그들의 사랑은 서로의 아픔을 아름답게 보듬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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