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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270

없는 양심 팔아 먹기 요즘 금연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많으면 두 갑씩 피우다가 얼마전 부터 피우질 않고 있습니다. 금단 증상 같은게 눈에 띄게 보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온다거나,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를 냉장고에 넣는 일이 생겼습니다. 금단증상인지 치매인지 확인할순 없지만 금단증상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니 일산화 탄소와 니코틴 중독이 참 무섭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오히려 마약에 중독이 된것처럼 멍하고 붕 뜬 느낌이 납니다. 건강 때문에 금연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어느 순간 담배를 피우는 것이 귀찮아 지고, 담배 연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그 순간 결심을 하고 그 뒤로는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네요.. 2009. 12. 9.
[리뷰] 광기 - 미치지 않은자가 누구인가?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를 보면 소설의 주인공이 독자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마치 한 사람의 심각한 고민을 옆에서 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독백 형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을 확실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소설 ‘광기’도 나에게는 그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쉴새 없이 지껄이는 듯한 자유로운 인칭의 활용은 그들의 이야기속에 빠져들어가기 충분했다. 다만 현실과 생각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듣는 듯 한 느낌도 함께 받는다. 그럼에도 소설 ‘광기’의 몰입도는 대단하며, 분산되어 있던 이야기들이 나중에는 하나로 모여진다. 소설 ‘광기’는 평소에.. 2009. 12. 3.
나도 한때 독거노인 이었다. 김밥이 먹고 싶어서 김밥집에 갔더니 내부수리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근처 빵집에 가서 달지 않은 빵을 몇 개 사서 왔습니다. 달지 않다며 주인이 권해주는 빵이었는데 크림만 잔뜩 들어있습니다. 참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독거노인 지하철을 타다. 가까운 곳에 볼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오후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빈자리가 멀리 있어서 그냥 출입구쪽에 서서 있었습니다. 옆자리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앉아있었는데 자꾸 저를 쳐다보는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살짝 저도 아이를 쳐다봤습니다. 아이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아이는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한 눈짓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 여기 앉으세요~’ 하는 겁니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2009. 12. 2.
나그네의 걸음, 길위에 내려놓다. 이사철이 훨씬 지났지만 저처럼 게으른 사람은 이제 이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추운 계절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그리 쉽지않습니다. 떠돌아 다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어느 한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돌이켜 보니 일 때문에 참 많이도 돌아다녔던 것 같네요. 아마도 전생이 몽골 어느 초원에서 양떼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떠돌던 목동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길 위의 인생.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을 보면 평생을 길 위에서 떠돌며 보내던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있습니다. 아비를 떠나 처음 길을 나섰던 아이는 청년이 되어 다시 예전의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청년은 다시 길을 한 바퀴 돌아 흰머리 노인이 되었고, 그가 걸었던 그 길 위에 사랑을 묻고 아픔을 보듬어야 했습니.. 2009.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