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270

늙은 벤치의 기억. 매섭던 바람이 조금 잠잠해진 것 같습니다. 감기 몸살로 오랜 시간 투병을 했는데 날이 풀리니까 몸도 풀리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한가로운 산책을 나가봅니다. 거리를 수놓던 은행나무는 이제 겨울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노랗게 물들이던 잎사귀는 모두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습니다. 나무 아래를 걷는 사람들의 움추린 모습 속에서도 겨울을 찾을수 있는 것 같습니다. 꽤 길고 추운 겨울이 되겠지요. 늙은 벤치의 기억 산책로를 따라 무작정 걷다 보니 눈에 띄는 색깔이 있습니다. 푸른 잔디가 사라져버린 그곳에 초록색으로 색칠한 벤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아마도 삭막한 공원의 분위기를 위해서 초록색으로 페인트칠을 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벤치에 앉아 봅니다. 산뜻한 색으로 갈아 입은 벤치의 모습.. 2009. 11. 24.
인생기출문제집 - 선배들의 따뜻한 조언 흔들리는 청춘 유감스럽게도 나는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지 못했다. 뒤 돌아보면 대학시절의 모습에 특별한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화의 열풍을 주도했던 젊은 지성인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신념과 행복의 잣대는 먹고 살기위한 투쟁의 시작점에 서있었다. 생업전선에 뛰어든 선배들의 조언은 변화했다. 현실과의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고, 시대의 요구대로 직장생활의 성공에 대한 모범답안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거기에 적응 할때쯤 IMF가 터졌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우리 세대가 참으로 저주받은 세대 가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 살기도 했다.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을 먼저 살고 있는 선배들의 조언은 갈수록 줄어들고, 마치 거대한 도시와 홀로 싸워야 하는 돈키호테 같.. 2009. 11. 20.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 젤리피쉬와 에드가 케렛 영화 젤리피쉬를 본 사람이라면, 에드가 케렛이 그려내는 특이하고도 따뜻한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그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만으로 그의 단편집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이제 40대 초반에 불과한 작가의 기묘한 상상력에 대한 찬사는 그치질 않는다. 아무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그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감성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어느 비평가의 말처럼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며, 글과 영상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펼치는 천재적인 예술가임은 분명하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하면서 큰 기대를 했었다. 꽤 오래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을 보면서 느꼈던 신선한 상상력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분명 나의 취향에는 맞질 않.. 2009. 11. 18.
맨발의 청춘, 두손을 불끈쥐다. 대학 시험에 맞추어 추위가 다시 찾아옵니다. 전통은 결코 무시할수 없나 봅니다. 저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몹시도 추운날에 시험을 치뤘던것 같습니다. 시험을 마친후, 아버지가 주셨던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지영씨가 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책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책의 내용이나 작가의 이름을 모두 무시하고, 책의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 주셨던 책의 제목을 늘 가슴에 담고 살고 있습니다. 공무도하 -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최근에 김훈의 신작 소설 ‘공무도하’를 읽었습니다. 김훈이라는 작가를 참 좋아합니다. 간결한 문체도 좋고, 늘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공무도하 카테고리 소설.. 2009.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