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33

자전거가 있는 풍경 모터를 단 자전거가 옆을 지나간다. 일흔살이 넘은 할아버가 운전대를 잡고 있고, 일흔살이 넘은 할머니가 뒤에 타고 있다. 할머니의 뒤로는 시장에서 사왔는지 작은 새 냄비가 떨어질듯 매달려 있다. 할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앞을 바라본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등뒤에서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을 바라본다. 서로의 체온을 믿고 의지한채 노인을 태운 자전거가 골목으로 사라진다. # 1 노인들이 들어간 골목길로 방향을 잡는다. 철거가 진행중인 골목의 풍경은 스산하고 음산하다. 접근 금지를 알리는 푯말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떠난 건물의 유리창에는 거미마저 줄을 치지 않는다. 주인을 잃어 버린 의자는 이미 한쪽 다리를 잃었다. 고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의 덥수룩한 수염이 등장하고, 폐지를 팔아 .. 2010. 5. 19.
생각하는 돼지. 선거철이 왔나 보다. 길을 걷다 보면 높으신 양반들이 허리를 굽신 거리며 인사를 한다. 얼굴에는 친숙한 미소를 잊지 않는다. 오늘도 처음 보는 아저씨가 손을 건내며 말을 건다. " 구청장이 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 그러면서 손을 꼭 잡고 명함을 건내준다. 명함을 받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나는 여기에 살고 있지만 이곳 구청장을 뽐을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이번에는 웬 할아버지가 명함을 건낸다. " 힘 있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와 금이빨을 보이며 내게 웃어준다. 이렇게 돌다보니 주머니 명함이 제법 쌓인다. 명함을 꺼내어 한줄로 늘어놓고 하나둘 관상을 살펴본다. 하나 같이 세련되고 멋진 미소를 가졌다. 우리시대를 대표할만큼 나이도 먹었고.. 2010. 5. 18.
기억의 습작 우리는 가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힘에 굴복하지 않고,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품는다. 그 길이 고되고 힘들 길이어서. 누군가는 포기 하고 누군가는 힘없이 꺽이고 누군가는 한없이 슬퍼하며 불가능을 이야기 할지라도 서러운 슬픔은 가슴으로 삼키며 가는 길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2010. 5. 13.
벌써 1년, 그날이 오다. 자전거를 타고 웃음짓는 아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 본다. 권력의 거짓말에 익숙해 지다 보니 변덕스러운 날씨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다시 눈이 오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도 계절의 여왕이 만들어 내는 5월의 햇살은 따사롭고 여유롭다.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던 아이들이 정치논쟁을 한다. 파란당과 노란당의 이야기가 오가고 '쥐'와 '부엉이 바위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 나온다. 아이들의 조숙함은 나름대로 대단한 논리까지 갖추고 있다. 일단 서로 좋아하는 당이 갈리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아이들의 싸움은 언제나 그렇듯이 목소리 큰 녀석이 주도한다. 목소리 큰 아이는 '쥐'가 물어죽인 누군가의 이야기와 쥐의 천적인 '부엉이'의 주술적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한다. 벌써 5월이다. 따사로운 .. 2010.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