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33

샤인(shine) 과 라흐마니노프 한 남자가 비에 젖은 담배를 물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에게 들리는 것은 오직 피아노 소리뿐. 남자가 발견한 것은 구석에 있는 피아노. 피아노 앞에 앉은 남자는 신이 나기 시작한다. 오래전 데이빗 헬프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샤인(Shine). 주책 스럽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매번 눈물을 흘린다. 시간에 힘들어 할때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 영화를 보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랑하게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지금도 음악을 들을때마다 영화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세상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부끄러운 열정과 순수한 사랑에 빠져들곤 했다. 불가능한것을 인정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 2010. 5. 7.
초식하는 영혼 넉달째 급여를 받지 못해 쩔쩔매던 늙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가 안좋다고 미루기를 한달. 사장이 해외출장 나갔다고 미루기를 두달. 경리부장이 그만두고 나가서 정산이 안되었다고 미루기를 세달. 급여 안준다고 큰소리 쳐서 기분나쁘다고 미루기를 네달. 사장이 퇴근하는 에쿠스 승용차를 온몸으로 세우고, 말리는 과장과 10여분 몸싸움을 하고, 평생 처음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고 난 다음날. 해고 라는 말과 함께 누런 봉투가 땅에 던져졌다. 기름묻은 손으로 봉투를 가슴에 품고 나오던 날. 4년간 늙은 몸을 의지했던 낡은 공장 대문을 영원히 떠나던 날. 그는 더이상 솟구치는 눈물을 참을수 없었다. "우리는 초식하는 영혼으로 태어났다." 우리의 몸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영혼에도 식성이 있다고 한다. 스스.. 2010. 5. 6.
보헤미안의 걸음 늦은 일을 마치고 지하철의 차가운 의자에 앉았다. 옆에 앉은 핸섬한 청년의 이어폰 너머로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온다. Queen의 ''Bohemian Rhapsody" 시간이 흘러도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은 변함이 없다. 중학교 다닐때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다. 조금은 소심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한 친구였는데, 옆자리에 앉은 짝지라는 이유로 꽤 친하게 지냈었다. 아마도 그 녀석에게는 친하다고 말할수 있는 친구가 나밖에 없었던것 같다. 여름방학이 시작될때 녀석이 나한테 선물을 줬다. 오랜 시간 못보니까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녀석이 건내준 것은 Queen의 테이프 였다. 덕분에 여름내내 Queen의 음악에 빠져 살았다. 뭐라고 말할수 없는 그 느낌. 트로트와 포크송만이 노래인줄 알았던 나에게 Quee.. 2010. 5. 4.
Memories of Tomorrow 잊혀지는 것이 두려울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것, 누군가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정말 무서울때가 있다. 그래서 이별이 두려워 인연을 만들지 못할때도 있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살아온 기억을 나도 모르게 조금씩 잊어 가는것이다. 몸은 그대로지만 영혼의 불빛은 하나둘씩 꺼져 간다. '와타나베 켄'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내일의 기억" 영화를 보면서 줄곧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과 모든 기억을 잃게 되는 것중에 어느것이 더 두려울까. 인생의 정점에서 '치매'라는 정신적인 고통속에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느낌이 어떤것일까. 영화가 끝나고 오랫동안 먼 풍경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모든 기억을 잃어 버리면서 마지막까지 잊지 않으려고 했던 기억은 바로 '사랑'이었다. 모든 기억.. 2010.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