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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평안하소서. 언젠가 꼭 한번 찾아 뵙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벌써 49재가 다 되어간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길상사에서 치뤄지는 마지막 배웅길. 스님은 무소유를 말씀하셨지만, 아직도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인들에게 나눠주려고 어렵사리 구했던 책들. 작은 기쁨도 함께 나누며 살지 못하는데 그저 단순하게 책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도 언젠가는 블로그 지인들에게 하나씩 보내고 있을것 같다. 선물받은 단주가 무척 이쁘다. 길상사에서 샀기 때문에 더 오래 애착이 가지 않을까 싶다. 무리에 있던 흰비둘기가 자꾸 사진을 찍는데 와서 얼쩡거리며 아는체를 한다. 인연을 기억해 달라는 것인지, 지난 인연을 내게 묻는 것인지는 알수없다. 스님의 말씀처럼 그저 소소한 영혼끼리 알수 없는 대화를 하고 .. 2010. 4. 21.
천안함 보도에 대한 유감. 천안함 침몰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눈물이 있었고, 아버지를 잃은 어린 자식들의 눈물이 있었다. 숨진 장병들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안타까움에 목이 메인다.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수는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담화문을 발표하면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에 울고 또 울었다. 언론들의 보도만 보더라도 이 억울한 죽음이 얼마나 큰 눈물을 가져오는지 알수 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특집방송을 통해서 보도 하고, KBS는 천안함의 희생자들을 ‘영웅’으로 이름 붙이며 국민 성금 모금 운동 까지 벌였다. 희생자들의 고귀한 죽음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슬픔과 눈물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에.. 2010. 4. 19.
흑백의 거리. 새로운 건물이 우뚝 솟아 있는 도심의 사거리. 사거리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오래된 건물들이 쓰러질듯한 모습으로 일렬로 서있다. 개발자의 이기심 때문인지, 남아 있는 자들의 욕심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보여지는 풍경은 기묘하다. 몇 가구 안되는줄 알았는데 길을 걷다 보니 꽤 길게 늘어서 있다. 주위에는 대형 광고판을 부착한 건물들과 아파트가 즐비한데 이러한 곳이 여기 숨어 있다니 신기 하다. 색이 바래고 오래된 거리를 바라보니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듯 하다. 미닫이 문이 있고, 연탄 화덕도 보인다. 고물상도 있고 경사가 심한 골목길도 보인다. 낮은 창문 아래엔 아이들이 저질러 놓은 낙서가 있고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 위에는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을 잔다. 도심에서 들려오는 소음마저 이곳을 비켜 나가듯.. 2010. 4. 14.
회색 고추장 먹기. 신축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장 한켠에서 외국인 청년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회색거리에서 자리를 잡고 올라가는 회색 건물 공사장에 회색 작업복을 입은 청년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조화로움인지 부자연스러운 풍경인지는 모르겠다. 청년이 마시는 것은 소주였다. 주변에 사람은 없지만 새참 시간 이었는지 여기저기 컵라면과 막걸리가 뒹굴고 있다. 잔도 없이 소주를 마시더니 마른 멸치를 한줌 쥐고 빨간 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는다. 동남아 쪽에서 온 청년 같은데 우리나라 고추장이 맵지도 않은가 보다. 시원한 소주한잔에 매운 고추장을 입에 털어 넣더니 회색 거리를 멍한 눈으로 쳐다 본다. 노동이 힘들었는지 커다란 눈이 움푹 들어가 보인다. 정신 노동을 하고 난뒤 육체적인 몽롱함을 느끼며 걷고 있는 내.. 201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