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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35

자전거가 있는 풍경 모터를 단 자전거가 옆을 지나간다. 일흔살이 넘은 할아버가 운전대를 잡고 있고, 일흔살이 넘은 할머니가 뒤에 타고 있다. 할머니의 뒤로는 시장에서 사왔는지 작은 새 냄비가 떨어질듯 매달려 있다. 할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앞을 바라본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등뒤에서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을 바라본다. 서로의 체온을 믿고 의지한채 노인을 태운 자전거가 골목으로 사라진다. # 1 노인들이 들어간 골목길로 방향을 잡는다. 철거가 진행중인 골목의 풍경은 스산하고 음산하다. 접근 금지를 알리는 푯말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떠난 건물의 유리창에는 거미마저 줄을 치지 않는다. 주인을 잃어 버린 의자는 이미 한쪽 다리를 잃었다. 고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의 덥수룩한 수염이 등장하고, 폐지를 팔아 .. 2010. 5. 19.
보헤미안의 걸음 늦은 일을 마치고 지하철의 차가운 의자에 앉았다. 옆에 앉은 핸섬한 청년의 이어폰 너머로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온다. Queen의 ''Bohemian Rhapsody" 시간이 흘러도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은 변함이 없다. 중학교 다닐때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다. 조금은 소심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한 친구였는데, 옆자리에 앉은 짝지라는 이유로 꽤 친하게 지냈었다. 아마도 그 녀석에게는 친하다고 말할수 있는 친구가 나밖에 없었던것 같다. 여름방학이 시작될때 녀석이 나한테 선물을 줬다. 오랜 시간 못보니까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녀석이 건내준 것은 Queen의 테이프 였다. 덕분에 여름내내 Queen의 음악에 빠져 살았다. 뭐라고 말할수 없는 그 느낌. 트로트와 포크송만이 노래인줄 알았던 나에게 Quee.. 2010. 5. 4.
아버지와 휠체어 검은색 점퍼에 검은색 바지. 검은색 구두에 검은색 가방을 맨 남자가 길을 걷는다. 온통 검은색으로 몸을 감싼 남자의 머리가 백발이다. 그래서 유독 눈에 띈다. 남자는 노점에서 딸기를 한봉지 산다. 이것 저것 물어보고는 제일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것을 고른다. 빨간 딸기 더미에서 남자의 머리카락은 더 하얗게 보인다. 결국 남자의 검은색 몸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매달린다. 뚜벅 뚜벅 걷는 남자의 뒤로 네온사인의 불빛을 받은 그림자 마저 까맣다. 모퉁이를 돌아서 초등학교 운동장앞 인도로 접어 든다. 흐릿한 가로등이 켜지면서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먼발치 뒤에서 걷고 있지만 남자의 발걸음이 가볍다는 것을 느낀다. 가볍게 흔들리는 검은봉지. 입가에 번지는 미소만큼 새하얀 머리도 이리.. 2010. 4. 22.
회색 고추장 먹기. 신축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장 한켠에서 외국인 청년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회색거리에서 자리를 잡고 올라가는 회색 건물 공사장에 회색 작업복을 입은 청년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조화로움인지 부자연스러운 풍경인지는 모르겠다. 청년이 마시는 것은 소주였다. 주변에 사람은 없지만 새참 시간 이었는지 여기저기 컵라면과 막걸리가 뒹굴고 있다. 잔도 없이 소주를 마시더니 마른 멸치를 한줌 쥐고 빨간 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는다. 동남아 쪽에서 온 청년 같은데 우리나라 고추장이 맵지도 않은가 보다. 시원한 소주한잔에 매운 고추장을 입에 털어 넣더니 회색 거리를 멍한 눈으로 쳐다 본다. 노동이 힘들었는지 커다란 눈이 움푹 들어가 보인다. 정신 노동을 하고 난뒤 육체적인 몽롱함을 느끼며 걷고 있는 내.. 201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