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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55

어버이날,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보다. 어버이날 이었습니다. 부모님이랑 오랫동안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이제 다 커버려 흰머리가 나려고 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그래도 오랜시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효도는 못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자주 듣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어른들의 가슴에는 카네이션이 만발합니다. 퇴근시간이 되니 거리가 북적거립니다. 오늘만큼은 세상 모든곳에서 사랑이 넘쳐나는것 같았습니다. 시선 하나. 담배를 사기 위해서 동네 슈퍼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정오를 넘었지만 아직 햇살은 뜨겁게 내리고 있습니다. 작은 슈퍼앞에는 물건을 내놓고 파는 평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상뒤에는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평상앞에는 폐지를 담은 리어카가 .. 2009. 5. 9.
묵은 먼지를 털다. 정말 따사로운 주말이었습니다.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포근한 햇살이 비추던 주말이었습니다. 눈 내리던 풍경이 엊그제 같은데 날씨가 참 심술맞게 변덕스럽습니다. 모자란 잠을 늘어지게 잔 뒤에 대청소를 해봅니다. 화사한 날엔 좋은 사람들과 꽃놀이 가는 것도 즐겁습니다만, 겨울동안 쌓아두었던 집안 먼지를 털어 내는 것도 즐겁습니다. 반짝이는 햇빛아래 먼지를 톡톡 털어내다 보니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간만에 맞이 하는 대청소가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기뻐하는 내모습이 전업주부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움찔 거립니다. 청소를 하다 보니 묵은 먼지도 많지만, 불필요한 것들도 많이 눈에 보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조촐한 세간살이지만 이것저것 버리지 못해서 쌓이는 것이 많습니다. 치열한 고.. 2009. 4. 12.
마주잡은 손. 헤르만 헤세 처럼 아름다운 숲을 보며 산책을 하진 못하지만,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 보는 것도 산책을 하는 재미 일것이다. 주말이 주는 재미는 평일에는 느끼지 못하는 이러한 여유로움이 아닌가 싶다. 바쁜 일상속에서는 자신이 가는 길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의 풍경에 눈길을 두질 않는다. 지하철을 오르내리고 버스를 갈아타지만 기억나는 것은 몸속 깊숙한 곳에서 전해져 오는 피곤함뿐인것 같다. 그래서 소소한 걸음으로 내딛는 산책의 여유로움은 무척 달콤하다. 시선 하나. 여섯살이나 되었을까. 오누이 같은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걷는다.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낮설어 하는 눈빛이 이동네 아이는 아닌것 같다. 조금 큰 아이가 오빠일 것이고 작고 앙증맞은 아이가 누이일 것이다. 나란히 걷.. 2009. 4. 6.
늙은 아들의 소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다. 거리는 한적하고 산아래 나무들은 푸르러 간다. 심술맞던 꽃샘추위도 이제 물러가는것 같다.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팡이에 중절모. 쇠잔한 몸에서는 알수없는 꼿꼿한 고집이 풍겨온다. 소박하지만 보기 힘든 할아버지의 한복을 보면서 문득 몇해전 안타까운 기억이 되살아 났다. 봄은 희망을 이야기 하면서 찾아왔지만 기억은 쓸쓸한 감정을 더듬어 간다. # 시선 하나. 어둠속으로 관이 들어가고, 지켜보는자의 울음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아비를 잃은 늙은 아들은 아비의 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비를 잃은 늙은 딸은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울부짖는다. 찌는 듯한 더위에 눈물과 땀이 뒤섞이고 매미의 울음과 사람의 울부짖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멈추질 않는.. 2009.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