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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55

너의 왼발이 되어줄께 아이를 만난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밤이 되면 광화문에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촛불은 활활 타올랐다. 사람들의 인파와 구호는 세상을 날려버릴것만 같았다. 명박산성이 등장하고, 그곳에 구리스가 아름답게 빛을 내던 날, 차가운 아스팔트위에서 아이를 처음 만났다. 인연 하나. 살다 보면 특별히 아는 것도 아닌데 유독 인상이 깊게 남거나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끈일수도 있고, 인간과 인간이 느끼는 설명하기 힘든 끌림일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우연히 아이와 마주쳤고, 아스팔트를 따라 걸으면서도 묘한 끌림은 지워지질 않았다. 그리고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는 이내 친해졌다. 아이는 왼쪽 다리를 약간 저는 젊은 청년이었다. 때가 묻은 모자와 낡은 스포츠가방을 매.. 2009. 3. 19.
스누피 양말의 희망 시선 하나. 겨울의 끝자락에 있는 지하철앞 광장. 비가 내리고 난뒤에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차다. 황량해 보이는 광장에는 벤치가 흩어져 있고, 그 주변엔 생활정보지가 여기저기 흘어져 을씨년스럽다.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듯 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어온다. 그 차디찬 광장의 끝자락에 볼품없이 앉아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에 띈다. 차디찬 바닥에 커다란 보자기를 펴놓고 양말을 팔고 있다. 노점의 모습이 그러하듯 노란 박스종이위에 가격표가 붙어 있2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길조차 던지질 않는다. 보자기 끝 찬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안쓰럽다. 아마도 팔아야할 양말을 올려놓을 욕심에 자신의 무릎은 보자기에 걸치지도 못하고 차디찬 바닥에 내려놓았나 보다. 울긋 불긋 꽃무늬가 들어가 있는 여성.. 2009. 3. 13.
술취한 그림자. 가끔은 저녁에 산책을 한다. 미련스러울만큼 게으른 나에겐 커다란 운동이 되기도 하고 낮에는 볼 수 없는 거리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지나가는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기 시작한다. 햇살아래 뚜렷했던 그림자는 어느새 가로등 불빛으로 희미한 윤곽을 유지한다. 겨울이 가고 있는 2009년의 한가로운 저녁이다. 시선 하나. 한 아저씨가 자전거를 끌고 간다.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금방 눈치를 챌 만큼 술에 취했다. 아직 어둠이 다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술에 흠뻑 젖었다. 더군다나 자전거까지 끌고 간다. 아저씨의 다리가 휘청거릴때 자전거도 함께 휘청거린다. 술취한 아저씨. 큰 소리로 뭔가를 외치며 걷는다. 이른 저녁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 목소리가 참 낭낭하다. 가까이.. 2009. 2. 22.
이방인.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은, 아득한 풍경속에 그려진 익숙한 모습 때문이고 그 풍경속에 새겨진 사람 때문일 것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늘 이렇게 포근하고 넉넉한 감정을 안겨준다. 하지만 가끔은 주변의 익숙한 풍경에서도 알수 없는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그런 낯설음을 외로움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슴속 한켠에 담아둔 그리움이라고 했다. 외로움과 그리움. 풍경은 익숙하지만, 그 속에 사람이 사라지고 없을때가 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영원한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이방인 하나. 쌀쌀한 바람을 느끼며 가지런한 길을 걷는다. 길은 익숙하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낯설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람을 피해 유아용품을 파는 가게 옆 계단에 선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이놈의 담배 생각은 간절하다. 십수년전 군대에서.. 2009.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