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55

10년의 기다림과 영원한 이별 하늘은 봄비를 내려주었지만, 우리는 겨울비라 부르는것 같습니다. 무협지를 읽고 있던 슈퍼마켓 아저씨는 새우깡을 질겅거리며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건 '겨울비' 입니다. 이 비가 겨울비가 되는 이유는 아저씨가 아직 내복을 벗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저씨는 저의 감상적인 질문에 아주 논리적인 답변을 하고선 설날 선물용 참치세트 더미에 기대어 다시 독서에 몰입합니다. 새우깡이 입안에서 터지는 소리가 비소리에 맞추어 경쾌하게 가게안에 울려퍼집니다. 명절이 되면 반가운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도 있구요. 함께 놀던 친구들의 기억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가 특별한 날이 되면 더 보고싶은 얼굴들입니다. 살면서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도 되는것 같습니다... 2010. 2. 8.
아침 편지와 9부바지 날씨가 또 추워집니다. 바지를 사서 세탁소에 줄여달라고 맡겨놨더니 아저씨가 9부바지를 만들어놨습니다. 가뜩이나 길지 않은 다리인데 한없이 짧아 보이네요. 아저씨에게 항의를 했더니 말없이 자기일에만 집중합니다. 덕분에 길이가 많이 짧은 바지를 입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걷는 동안 바람이 솔솔 들어오네요. 추운건 참을수 있지만 짧은바지는 참 창피합니다. 노란 귤봉지를 든 젊은 부부가 길을 걸어갑니다. 어쩌면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추운지 서로 꼭 붙어 있습니다. 여자분이 귤을 까서 남자의 입에 넣어줍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이 머금어 있습니다. 행복해 보입니다. 어두워지는 거리를 그렇게 팔장을 끼고 걷습니다. 아마도 두사람은 모르겠죠. 뒤에는 9부바지를 입고 씩씩거리며 걷고 있는 독거인이 있다.. 2010. 2. 2.
쉼표와 마침표. 모 전자회사 임원의 자살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긴 하지만 마음이 참 씁쓸합니다. 옆에서 볼때에는 부러울것이 없어 보이는 분인데 말이죠.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 깊은 아픔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부와 명예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 쉽지 않은가 봅니다. 가난과 무명의길을 걷고 있어서인지 쉽게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 # 쉼표 어느 철학자는 '삶은 굴곡이 심한 곡선'이기에 아름답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래 위의 굴곡을 가진 굵은 곡선 말입니다. 아래로 향할때에는 위로 올라가기 위한 꿈을 꾸고,위에 있을때에는 아래로 향할 준비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아래 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거라고 말입니다. 곡선의 굴곡과는 상관없이 삶의 목적은 '성장'에 있는것 같습니다. '사랑'이 자아실현의 목표.. 2010. 1. 27.
호떡의 기억과 마지막 풍경. 요즘 호떡 먹는 사람이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동네 어귀에 있는 먹거리 리어카에는 호도과자와 붕어빵이 대세인것 같습니다. 단맛을 멀리 하는 시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먹기에 조금은 성가시기 때문인지 호떡을 파는 곳도 사먹는 사람의 모습도 보기 어렵습니다. 우연히 보게된 호떡가게 앞에 한 아이가 서있었습니다. 아마도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옆에서 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입니다. 떨어지는 기억력을 더듬어 보니 같은층에 사는 남자아이입니다. 이제 초등학교를 들어갔을려나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내가 쳐다보는지도 모른채 바삐 손을 움직이는 아주머니의 손에 시선을 모읍니다. # 하나. 며칠전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점차 무거워지는 몸을 견디다 못해 가벼운 산보라도 할 요량으로 나가려는 참이었습니다... 2010.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