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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270

순례자, 이강오 교수님의 이야기 순례자. 사랑에는 세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에로스와, 필로스, 그리고 아가페적인 사랑이 그것이다. 그중에 가장 으뜸은 아가페인데, 그것은 자신을 소멸시키는 사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성자라 일컫는 사람들은 그것을 실천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이 실천한 사랑은 전쟁과 군대도 이루지 못한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며칠전 한편의 짧은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암으로 고생하던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전재산을 사회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나눔과 베품을 실천했다던 그녀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가진 것을 모두 베푸는 사랑의 메시지 였다. 조선대 간호학과 이강오 교수님의 이야기다. 산티아고로 떠나는 순례자에게 길과 바람과 풍경이 가르쳐 .. 2008. 8. 10.
감자골, 열두살 수진이를 보다. 강원도 소도시.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와 바라본 한적한 풍경은 휴식과 정겨움이었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크게 다르진 않을텐데, 어떤 곳에서는 지독한 외로움에 젖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낯선 풍경도 포근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긴 시간을 달려온 나를 시원한 바람이 맞이한다. 대화조차 쉽지 않던 외로움을 버리고, 스스로 감자골이라 말하는 이곳에 정착했다는 녀석이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다. 삼십대 중반의 노총각. 정처 없이 떠돌아 다녀야 하는 나그네 인생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 보는 것이 다르면, 마음도 달라질까? " 녀석이 서울을 떠나기전에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녀석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한다. 까맣게 그을린 녀석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함께 겹쳐진다. 예고없는 방문.. 2008. 8. 5.
가시나무 새. 한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 의식은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살아 오면서 큰 병 한번 앓아 보질 않았고, 늘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랑 이었습니다. 주변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내가 어디론가 실려 가는 기억 까지 생생 합니다. 마치 "잠수종과 나비"의 영화속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빙산이 녹아 내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섭지 않더군요. 팔 다리가 움직이는 감각은 없었지만 정신은 온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정신은 웃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을 할 수 있더군요. 걸어서 5분 거리도 안되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몇시간 같이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에는 늘 같.. 2008. 8. 2.
풍경을 바라보며 걸음을 늦추다. 우리가 걷는 길에는 늘 목적지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목적지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한발씩 앞으로 내딛습니다. 때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지만 하루 하루 내딛는 걸음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간혹, 목적지를 향해서 너무 빨리 걸으려고 합니다. 남들보다 빨리 걷기 위해서 조바심을 냅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달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는 목적지는 뻔하지만, 빨리 가기 위한 욕심은 조화롭지 못한 걸음걸이를 만들어 냅니다. 잘못된 길을 걸었다고 생각이 될때에는 그것을 만회 하기 위해서 더 빠른 걸음으로 달려 갑니다. 그래서 걸음걸이는 더 우스꽝스러워 집니다. 욕심은, 길과 풍경이 하나가 되는 소소한 재미들을 잊게 만듭니다. 길위에 놓인 작은 모습들을 쉽게.. 2008.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