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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270

어둠의 길, 그리고 행복한 사람 " 나는 석탄캐는 광부" 이젠 사양길에 접어든 탄광촌에서 일하는 어느 광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검은 땀으로 물든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8시간만에 다시 만난 하늘을 바라본다. 그가 걸어 나온 길은 어둠속에 갇혀 보이지도 않는다. 지상에서 900미터 아래로 뚤린 길. 끝없는 어둠의 소용돌이 속으로 오늘도 걸어 간다. 머리에 달린 조그마한 불빛은 내 생명의 유일한 빛. 바로 앞에 놓인 어둠은 내 생존의 유일한 빛. 누가 물으면 나는 칠순 노모의 외아들. 누가 물으면 나는 한 아이의 아버지. 누가 물으면 나는 석탄캐는 광부. 햇빛 없는 그곳에서 펼쳐지는 8시간의 중노동.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는 것도 힘에 겨워 보인다. 매일 유서를 쓰고 걸어 들어가는 그 길은 죽음의 공포가 함께 있는 길. 말끔하게 샤워를 .. 2008. 6. 15.
비가 그친날, 무지개를 보다 " 이등병의 기억" 내가 근무했던 군부대는 휴전선이 가까운 곳 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구보를 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한탄강이 보였다. 민간인은 보기 힘들었고 버스 구경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늘 긴장감이 풀리지않는 곳 이었다. 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기 위해서 군용 트럭에 올라 탔다. 점심무렵 파주에서 출발한 차는, 해가 저물어서야 멈춰 섰다. 매섭게 바람이 불어오던 초겨울 날씨. 내 눈에 펼쳐진 것은 하얀 눈, 폐타이어로 위장한 초소 뿐이었다. 인적 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삭막함. 그 낯설고 두려운 곳에서 나의 이등병 생활은 시작 되었다. 부대 적응에 애를 먹고 있던 나를 무척 갈구던 한 고참이 있었다. 나보다 작대기 하나 더 많을 뿐인데 부대장 보다 훨씬 더 높게만 보.. 2008. 6. 11.
좀머씨, 풍경을 보며 걷다. " 두려운 발걸음 " 텅 빈 배낭을 짊어진 사람. 길다랗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손에 쥐고 뭔가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묵묵히 걸어다니기만 한다. 누가 쫓아 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쉼 없이 걸어가는 것일까.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한 순간도 편한적이 없었던 사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평생 죽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며 살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그가 뱉었던 세상을 향한 한마디. "그러니 나를 좀 그냥 놔 두시오!"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sommer)씨 이야기"다. 쥐스킨트의 소설은 좀 색다르다. 좀머씨 이야기에서 "나를 좀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말도 있다. 세상을 향해 벽을 쌓고 은둔자의 생활을 즐기면서.. 2008. 6. 9.
봉우리. "시인과 촌장" 20대 젊은 시인은, 삶이 힘들어 자살을 하기로 결심 한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아니었다.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원천적인 질문 이었다. 하늘과 구름이 어울려 하나가 되는곳. 그는 한계령 정상에 올라 발아래 놓여 있는 풍경을 내려다 본다.그리고 눈을 감는다. 자연과 인간, 죽음과 삶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곳. 그 구름아래 놓인 영원한 삶의 안식처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바른길이 없기에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 한것, 바람처럼 한평생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가. 젊은 시인은 눈물을 닦고 뒤돌아 선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씨 이야기다. " 봉우리 " 아스팔트 거리위에서 구호를 외치는 한 젊은이의 소리 없는 눈물을 보았다. .. 2008. 6. 6.